도시의 여백에 새로운 픽셀을 채우다
인물 소개: 박준길 (로카101 대표)
박준길은 도시의 낡고 방치된 공간을 재생해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로카101의 대표이다. 중개부터 설계, 시공, 운영, 마케팅까지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모든 밸류체인을 직접 담당하며 1인 주거 브랜드 '픽셀하우스'를 통해 기능을 잃어버린 도시 공간을 새로운 픽셀로 채우고 있다. 또한 끊임없이 취향을 발견하며 그 자신이 다양한 픽셀 라이프의 비전을 제시한다. 이는 청년들이 자신만의 픽셀을 찾아 고유한 삶을 그려나가게 하는 또 하나의 롤모델이 된다.
대표님의 어떠한 경험이 로카101 창업의 첫 '픽셀'이 되었나요?
🙋🏻:영국 유학 시절 집을 구하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 주거 관련 사업이 수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주한 외국인 상대로 플랫폼 사업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픽셀하우스' 사업을 시작했어요. 고시원을 예쁘게 리모델링해서 주방만 공유하고 화장실과 샤워실을 분리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죠. 꽤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 주택세금 등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투자자에게는 매력이고, 무엇보다 청년들에게 거주 공간을 제공한다는 게 '소셜' 성격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전 사업들을 정리하고 2020년에 픽셀하우스 첫 지점을 냈는데, 바로 팬데믹이 닥친 거예요. 직원들이 다 나가고 사무실 천장에서는 비도 새고, 인생 망했다 싶었죠(웃음). 그런데 올해가 벌써 회사 창립 10주년이에요. 같은 'ㅅㅈ'이지만 이제는 생존에서 성장을 바라보는 단계, 그러니까 좀 더 기반이 될 수 있는 픽셀들이 모여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계가 된 것 같아요.
픽셀 라이프는 흔히 '작은 경험들의 축적'을 의미해요. 청년들의 삶, 도시의 시간, 작은 경험들의 결을 '픽셀'이라는 언어로 읽어내고 있는데요, 대표님이 생각하기에 이 시대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픽셀은 무엇인가요?
🙋🏻:저희도 경험의 조각이 픽셀이라는 생각으로 '픽셀하우스'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저희가 도시를 바라볼 때 하나의 건물과 하나의 방이 픽셀이듯 청년들에게는 경험이 픽셀인 거죠. 픽셀은 결국 큰 그림, 고해상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작은 조각들이잖아요. 주거 또한 경험의 한 조각이고, 직업이나 공부, 기술을 익히는 것도 경험의 한 조각인 거죠.
그래서 실제로 느끼고, 보고, 맛볼 수 있는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이 모여 나의 정체성과 방향이 만들어진다고 보거든요. 저는 픽셀 라이프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부터 다양한 취향을 경험해 왔어요. 1년에 분기별로 4개의 좋은 습관을 들이고, 2개월에 한 번씩 미니 어드벤처를 실행하면서 취향을 계속 개발해 왔는데 이런 게 삶을 굉장히 윤택하게 해요.
청년들이 왜 그렇게 자신만의 픽셀을 찾으려 한다고 보시나요?
🙋🏻: 이제 알파세대로 넘어가는 시기인데, 이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해와서 자신의 모든 게 저장되기 때문에 실수를 하거나 튀는 행동을 하면 평생 남는다는 공포심을 갖는다고 들은 적 있어요. 학창 시절 내내 그런 공포와 억압에 눌려 있다가 성인이 돼서 좀 더 자유롭게 드러내고 싶은 열망이 터져 나오는 거죠.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들을 추구하고, 그게 특별한 정체성을 구성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패션으로 자아를 표현하거나 한때 주류였던 힙합보다 오히려 라이브 밴드나 록밴드를 찾기도 하고, 윗세대가 좋아했던 '오아시스'에 열광하는 것도 그런 맥락인 거죠.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현재의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게 오히려 더 희소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로카101은 도시의 낡고 방치된 공간을 재생해 주거 공간으로 바꾸고 있어요. 도시재생과 개인의 픽셀 라이프를 연결한 이 프로젝트의 사회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구조처럼 보이지만 그 안은 픽셀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공간으로 구성된 유기체라고 생각해요. 1층에는 식당이나 카페, 다양한 리테일 공간이 있고 고층부에는 대부분 주택이나 오피스가 있는데, 그 공간에 있는 많은 사람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매일매일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요.
저는 그런 유기적 공간을 다 허물고 다시 짓는 것보다 리모델링과 리터치로 빠르고 새롭게 도시의 그림을 그려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더 빨리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잖아요. 청년주택 신축에는 긴 시간과 큰 비용이 들어가지만 저희는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과 3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 벌써 1,100세대까지 확장했어요. 슬럼화되는 도시의 어느 픽셀을 리모델링해 다시 선명하고 밝은 그림으로 바꾸면 좀 더 빠르게 도시의 결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픽셀하우스는 보증금이나 관리비, 중개수수료 없이 '가볍게 머물 수 있는 집'을 제안하고 있어요. 이렇게 비워낸 비용과 부담은 또 다른 선택의 여지를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여지가 삶에서 어떤 픽셀을 채워줄 거라고 보시나요?
🙋🏻: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 가능하다고 봐요. 연극이나 와인, 볼링, 운동, 차를 구입하는 데 쓰일 수도 있고, 데이트나 식사 비용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개개인의 취향이 더 풍성해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건 '픽셀타운' 같은 걸 조성해서 그 안에서 픽셀 라이프를 추구하도록 하는 거예요. 이름만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실제로 인생의 모든 것을 저희 브랜드 안에서 사용하고 누릴 수 있는 일종의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지금 당장은 못 하더라도 언젠가는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기간만큼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삶의 연속성이 끊이지 않고, 언제든 가볍게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봐요. 그런 게 좀 더 자유롭게 개인의 성장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요?"
픽셀하우스가 지향하는 유동성은 기존의 주거가 갖는 안정성과 달리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요?
🙋🏻: 부모님 세대가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 권한'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오늘날 1~2인 가구 도시 거주자들은 오히려 언제든 원하는 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권한'에서 안정감을 찾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정착만이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직장 연수나 학기, 단기 프로젝트 등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기간만큼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삶의 연속성이 끊이지 않고, 언제든 가볍게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봐요. 그런 게 좀 더 자유롭게 개인의 성장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는 유동성을 통한 안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로카101은 데이터 기반으로 부동산을 하는 프롭테크 기업인데, 소셜벤처와 프롭테크 기업 두 가지 중에서 어떤 것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나요?
🙋🏻: 프롭테크 자체에 이미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기술은 인간을 이롭게 하고 부동산은 사람들을 돕는 개념이니까요. 부동산 산업 특성상 굉장히 느리게 가는 면이 있는데, 저희는 비용을 줄이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래서 로카101은 기술로 효율을 높이는 프롭테크 기업인 동시에 도시재생 솔루션을 시도하는 소셜벤처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픽셀들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모아서 도시 전체를 저희만의 '픽셀 존'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AI 시대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피로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선호하는 권위자의 말이나 취향이 더욱 중요해질 거예요.
로카101은 기획부터 시공, 마케팅, 운영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하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 픽셀은 무엇인가요?
🙋🏻:저는 건물의 가치가 단순히 땅의 가치에만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유동인구와 사람들의 생활 패턴, 소비 트렌드 같은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받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주거와 직장의 동선을 하나하나 데이터화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디로 출근하고, 어떤 교통수단을 많이 이용하고, 평균 이동 시간은 얼마인지, 주거지를 그곳으로 선택한 이유와 평균 주거 비용은 얼마인지까지 추론할 수 있어요.
이용자들이 주거 공간에 머무는 주요 시간대와 온도차에 따른 민원, 계절별 냉난방비 통계 같은 시설에 관한 데이터를 취합해 온도 설정에 변화를 주기도 해요.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건물의 주거가치를 책정하고, 시설에 필요한 인력 배치나 가장 바쁜 시간대까지 수치화해서 접근하고 있어요.
'픽셀 라이프'라는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해상도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스스로의 픽셀을 찾아가는 여정이 로카101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요즘은 사람마다 라이프스타일 픽셀이 제각각 다른데, 그걸 도시에도 반영할 수 있다고 봐요. 앞으로는 단순히 땅값이 아니라 '문구류로 유명한 동네', '볼링으로 유명한 동네' 등 취향 기반으로 도시를 읽는 방식 자체가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건물이라는 물리적인 플랫폼에 어떤 픽셀(콘텐츠)을 넣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고, 그 그림과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겠죠.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작은 픽셀들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모아서 도시 전체를 저희만의 '픽셀 존'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AI 시대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피로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선호하는 권위자의 말이나 취향이 더욱 중요해질 거예요. 그들이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취향을 즐기는지 관심 있게 보는 거죠. 그렇게 자신만의 픽셀 라이프를 실현하는 고수들이 '픽셀 존'에서 활동하고, 투자자들은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창업자가 되는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취향을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픽셀 존'을 만들어 도시를 운영하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