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장기 투자의 품격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는 600년이 넘도록 시간을 알리는 시계가 있다. 1410년 처음 만들어진 천문시계 ‘오를로이’다. 이 시계는 태양과 달의 움직임, 별자리, 계절의 흐름까지 한눈에 보여준다. 중세인들은 시간을 시계 안에 가두는 대신, 시간이 만들어내는 세계의 질서를 읽으려 했다.
지금도 시계의 톱니바퀴는 움직인다. 사람은 바뀌고 도시는 변했지만 시간은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흐른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우리에게 삶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의 많은 부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간의 품격은 무엇을 기다리고, 무엇을 서두르지 않을지 아는 데서 드러난다. 와인은 기다린 만큼 깊어지고, 나무는 견딘 세월만큼 넓은 그늘을 만든다. 오래된 시계가 아름다운 이유도 그 안에 축적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않는 사람에게 시간은 가장 오래 일하는 자산이 된다.
부를 쌓아가는 일도 다르지 않다. 좋은 종목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그 기업이 성장할 시간을 허락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세계적 투자자이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이었던 찰리 멍거도 비슷한 철학을 강조했다. 좋은 기회를 기다릴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성공과 성장을 위해 가장 어려운 일이 ‘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장이 급등했다고 서둘러 뛰어들 이유가 없다. 잠시 가격이 요동친다고 좋은 자산을 내다 팔지 않아도 된다. 정원사는 매일 나무를 뽑아 뿌리가 자랐는지 확인하지 않고, 장인은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부도 비슷한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자산을 만드는 안목만큼 중요한 것은 그 자산이 제 가치를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다. 빠른 판단만큼 중요한 것은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용기, 시간이 답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