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국이라는 창업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직이라는 틀이 필요했고, 신한은 그 틀로 주목한 것이 체스터 바너드의 『경영자의 역할』이에요.
바너드는 조직을 서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공통 목적을 향해 기꺼이 공헌할 때 성립하는 ‘관계’이자 ‘협력 체계’로 정의했어요.
목적을 전달하고, 공헌의욕을 북돋으며, 권위가 아래로부터 수용되는 과정이 계속돼야 조직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좋은 마음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에요.
금융보국이라는 신념에서 태어난 신한. 하지만 마음만으로 원하는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그 마음을 현실로 바꿔줄 조직이 필요해요. 일반적으로 조직을 ‘목표 달성을 위해 공식화되고 합리적으로 설계된 구조’라고 정의해요. 하지만 구조만 갖추었다고 조직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겨요. 그래서 신한은 창업 초기부터 조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해요. 이때 뼈대를 제공한 것이 체스터 바너드의 『경영자의 역할(The Functions of the Executive)』이에요.
왜 『경영자의 역할(The Functions of the Executive)』이었을까요?
『경영자의 역할』은 현대 조직론의 패러다임을 확립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특히, 저자인 바너드는 조직을 기계적인 구조가 아닌 ‘관계’이자 ‘협력 체계’으로 본 개척자로 평가받아요.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게만 한다면 조직의 규모나 크기 등에 상관없이 조직은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본 거예요.
자본, 영업점 수 등 모든 면에서 경쟁자 대비 열위했던 신한에 있어 ‘내부적인 협력 체계를 잘 유지하면 생존뿐 아니라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바너드의 사상은 큰 영감을 주었어요. 또한 AT&T에 입사해 39년을 근무했고, 21년간 뉴저지벨전화회사의 사장을 역임하며 얻은 경험적 지혜를 담고 있었기에,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의사결정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은 본인 이론의 출발점은 바너드였다고 말해요. 『초우량 기업의 조건』의 저자인 톰 피터스는 『경영자의 역할』을 완벽한 경영이론서라 평가했으며, 미국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AOM) 펠로우 투표에서도 “20세기 경영학에 가장 깊은 영향을 미친 책 2위”에 선정되는 등 여전히 바너드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조직을 ‘두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협력하는 활동이나 시스템’이라고 정의한 바너드는 조직의 구성 요소를 세 가지로 봐요.
조직은 (a)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b)그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행위, 행동,
영향력을 통해 공헌하고자 하며, (c)공통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할 때 성립한다.
이 세 가지, 의사소통(전달)·공헌 의욕·공통 목적을 조직의 3요소라 불러요. 이 중에서도 바너드가 가장 앞에 둔 것이 의사소통, 즉 전달이에요. 아무리 좋은 목적이 있어도 사람들 사이에 전달되지 않으면 조직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목적이 부여되어도 그 목적이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용인(전달)되지 않으면
협력을 고무시키지 못한다.
목적은 선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요. 구성원 한 명 한 명에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져 협력을 이끌어내야 해요. '조직을 세우는 절대적인 조건은 참여자를 많이 만드는 일'이라는 이희건 회장의 철학과 맞닿아 있어요.
공헌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유인과 설득
목적이 전달됐다고 해도,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바너드는 이걸 유인(誘因, Inducement)과 공헌(貢獻, Contribution)의 균형, 줄여서 ‘IC 밸런스’로 설명해요.
구성원이 조직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조직에 공헌하는 것보다 크다고
주관적으로 느낄 때만 강한 공헌 의욕이 생긴다.
'I(유인, 보상)≧C(공헌)'일 때만 사람은 기꺼이 공헌해요. 유인은 돈만이 아니에요.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명예, 의미 부여 같은 심리적인 것까지 포함해요. 특히 중요한 표현이 ‘주관적인 느낌’이에요. ‘A를 하면, B를 준다’가 아니에요. 소통하고 설득하면서 심리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예요. 참고로 바너드는 인간을 경제적 욕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심리적 욕구를 지닌 주체로 파악했어요.
권위는 어디서 올까요?
신한이 또 하나 주목했던 것이 바너드의 ‘권한 수용설(Acceptance Theory of Authority)’이에요. 우리는 보통 권위가 직급의 높낮이로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바너드는 이걸 정면으로 반박해요. 권위는 직급이 아니라 직원들이 수용 여부로 결정된다는 생각이에요.
리더들이 직급 뒤에 숨어 명령만 할 것이 아니라 목적이나 목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 전달된 내용이 조직 전체의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설명해야 해요. 또한 실행해야 할 것들이 개인의 이해와 상충되지 않음을 증명하며, 직원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권위를 수용할 상태인지를 살피면 자연스럽게 조직은 공통목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봐요.
조직은 동적 생태계에요.
『경영자의 역할』은 조직을 관계나 협력 체계로 정의해요. 이는 필연적으로 지속적인 조정과 조율을 요구해요. 시대정신을 반영해 목표를 조정하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의사소통 방식을 변경하며, 세대의 변화에 따라 공헌의욕을 높이는 방식도 변해야 해요. 한 번 만들어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조정하고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 동적 생태계로 봐야 해요.
다음 이야기
조직을 만들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신한은 조직의 성장과 쇠퇴를 어떤 신호를 통해 읽었는지 알아봐요.